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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조직문화

직접 조직문화를 만들게 되기까지

# 개요

 

좋지 않은 조직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외형은 아주 좋았다. 

그 팀에서는 서로를 영어이름으로 불렀다. 데일리 스크럼도 가졌고, 스프린트 방식을 도입한 개발 체계를 가졌으며, 매 스프린트가 종료될 때마다 회고 또한 빼먹지 않았다. 스타트업도 아니면서 스타트업처럼 린하게 움직이고자 했다.

 

하지만, 그건 당시 팀을 이끌던 리더가 좋아보이는 것들을 가져다 놓은 그저 허울에 불과했다. 매일의 데일리 스크럼은 마치 군대에서의 얼차려를 연상케 했으며, 자신이 인정하는 멤버들의 의견이 아니면 무시당하기 일쑤였다.(물론, 반대의 근거는 항상 제시했다.) 분명 그는 일을 잘하는 명석한 리더였다. 하지만 높은 이상향을 가진 탓인지, 팀을 모두어 나아가지 못했고 본인이 인정하는 핵심 인력의 이탈과 함께 본인도 떠나버렸다.(떠나는 이유도 명확했다.)

 

남겨진 멤버들은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더 나은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서 제시했다. 리더가 떠났을 뿐인데 말이다. 뭐였을까. 분명 더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버겁지만 처리해나갔다. 남겨진 연구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새로운 서비스도 런칭하고 운영하고 개편했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의 의미가 달라졌고 몰입의 수준이 달랐다.

 

 

 

# 본문: 그래서 리더의 역할은 뭘까?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원하는 리더상은 다를거다. 내게 자리잡힌 정의는 다음과 같다.

훌륭한 리더의 역할은 탁월한 팀을 만드는 것이다.

농구팀의 감독이 팀에서 제일 농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듯, 리더는 주장이 아니라 감독이 되어야하는 것 같았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것. 일하는 데 불필요한 것은 빠르게 제거하고, 허들은 낮춰주고, 팀원들의 문제를 들어주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명쾌해졌다.

 

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 옮긴 새로운 팀은 마치 백지와 같았다. 의견을 의견으로 주고받을 수 있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단 해보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리더들과의 독서모임. 같은 생각과 가치관을 갖지 않고서는 같은 방향으로 가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마침 지역에서 독서지원사업을 추진하길래 지원했는데, 선정되었다. 첫 도서는 피터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였다.

우리는 이 책을 시작으로 매주 서로가 함께 읽었으면 하는 도서를 추천했고, 실무에서 우리에게 바로 필요하고 적용할 수 있는 모임으로 점차 발전해갔다. 그렇게 하나씩 생각을 공유하고 또 맞추어 나가는 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서 얼라인을 맞춰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 정리하며

 

첫 시작으로 독서모임을 추천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 단지, 내가 책이라는 매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도구를 선택했을 뿐이다. 팀과 함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첫 시작을 논의해보되, 확실한 자신의 의사와 의지를 밝히고 추진해나가는 실행력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증명해내면 더 많은 것들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분명 많은 허들이 존재할 것이지만 그걸 하나씩 개선해가는 게 조직문화를 만드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그간 직접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면서 경험한 일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나는 경영을 전공하지도, HR 실무를 경험하지도 않은 개발자일 뿐이다. 하지만 내게 붙어있는 하나의 직무와 직책을 넘어서고자 했다. 일의 본질을 고민할수록 좋은 팀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일을 성공시키는데 보이지 않는 문화가 정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달았고 곧 내 일이 되었다. 지금 굉장히 차분하게 글을 적고 있지만, 나는 굉장히 신나는 경험을 이어가고있다. 아마 내 생에 다시 없을 기회라 생각된다.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지키며 오래도록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싶다.